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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 이승기 [Shadow]

음악 리뷰♪/앨범 리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9. 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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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Shadow
2009


한국 가수 중 곡에 따른 창법과 감정 이입의 변화를 가장 잘 살리는 가수를 개인적으로 한 명 꼽으라면 나는 언제나 주저없이 임창정을 이야기하곤 한다. 곡의 느낌에 따라 음색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노래를 맛있게 부르는 방법을 알고있는 그는 지금까지의 대표곡만 나열해 봐도 하나부터 열까지 같은 스타일의 창법이 없을 정도로 카멜레온같은 모습을 보여줬던 대표적인 보컬이다. 앨범 하나를 들어봐도 곡마다 다른 창법과 감정이입의 변화가 녹아들어 있고 감각이 싱싱하게 살아있어 앨범 듣는 맛을 배가시킨다. 굳이 임창정이 아닌 다른 실력파 보컬들의 다양한 표현력을 들더라도 보컬의 이런 감각은 자신만의 확고한 개성이 있는 창법과는 예외로 표현력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가수로서 한 번 쯤은 거쳐가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겨지기도 한다.


드라마, 예능, 음악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이제는 '국민남동생'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이승기의 이번 신보에서 감지되는 변화 또한 그런 보컬로서의 표현력을 다양화하기 위한, 곡에 따른 음색의 변화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앨범의 첫 트랙인 <꽃처럼>에서 들려오는 이승기의 힘차고 밝은 음색은 그 뒤에 이어지는 <면사포>에서 잠시 투박함과 털털함으로 다가오다가 타이틀 곡인 <우리 헤어지자>에 이르러 본연의 감미로움을 찾는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막상 앨범을 모두 듣고 난 뒤에 오는 여운이 4집 가수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부실하기 짝이 없다. 이 트랙은 창법과 감정이입이 독특해서 좋았다던지, 저 트랙은 절제력이 돋보여서 좋았다던지 하는 임팩트가 너무 약해 청자가 앨범을 듣고난 뒤 어떤 트랙을 다시 들어봐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이에 대한 원인은 곡마다 조금씩 다른 이승기의 음색이 모두 인공적인 느낌이 든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근본적인 창법의 변화를 통한 차이가 아닌 입 안에서만 걸러져 나오는 인공적인 음색의 변화는 청취하는 사람의 귀에도 걸러져 들리기 마련이다. <사랑이 맴돈다>와 <단념> 등의 발라드 넘버도 이승기의 4집이 아닌 2집이나 3집에 들어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예전의 이승기식 슬픔을 담습하고 있다. 두 곡은 언듯 다른 스타일의 창법이 쓰인 것처럼 보이나 후렴구와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들려오는 이승기의 울부짖음은 여태껏 들어왔던 이승기의 직선적인 고음처리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 슬픈 표정을 짓고 눈을 찡그리고 노래한다고 곡마다 다른 슬픔이 표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에 수록된 이승기의 발라드 곡들은 헤어질 때도, 사랑하는 사람을 잊을 때도, 단념할 때도 모두 한 가지의 슬픔 밖에 전달하질 못한다. <Melody>나 <그렇게 알게 됐어>같은 넘버는 모던 락에 부합하는 이승기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이마저도 그렇게 신선함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앨범을 진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곡마다 다른 음색과 감정을 시도했는데도 모든 노래가 평범하게 들리는 것은 노래를 모범생처럼 너무 또박또박 말끔하게 부르는 경향이 있어서일 것이다. 이승기가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뛰어난 실력의 젊은 보컬이라는 것은 맞는 사실이지만 가수로서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자신만의 창법과 다양한 표현력을 부지런히 개발해야 할 줄로 안다. 매 번 안전하게 대중적인 안착만 노린다면 단기간의 성공은 보장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대중의 식상함은 빨리 찾아오기 마련이다. '예능과 연기 잘하는 이승기는 노래도 잘한다' 보다는 '노래 잘하는 이승기는 예능과 연기도 잘한다'라는 평을 듣는 이승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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