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노래 홍보를 한다는 것은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미리 짜여져 있었던, 다분히 의도된 홍보였던 데다가 시청자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호기심에 한 두 번 들어보는 데에 그치는 정도였고, 앨범 판매량에 크게 영향을 주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 보다는 드라마 O.S.T나 영화 O.S.T에 곡을 실어서 영상과 함께 대중의 호감을 얻는 것이 더욱 효과가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2년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이 '리얼' 버라이어티 쪽으로 바뀌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변화은 현재 예능 프로그램의 1인자인 무한도전에서 시작되었는데, 크리스마스 캐롤 특집이나 가요제 특집 등을 방송으로 내보내면서 각 멤버들이 노래를 녹음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호감으로 다가가게 되면서, 대중의 큰 호응을 불러오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한국의 디지털 음원 시장이 급속도로 크게 성장하는 시기와 맞물리게 되어, 대중은 굳이 CD를 살 필요도 없이 무한도전의 노래를 인터넷을 통해 듣고,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20%의 시청률을 넘기는 주말 저녁 시간대의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이런 자연스러운 노래 홍보는 그 효과가 어마어마한 것이었고 각종 인터넷 음악 차트에서 일반 가수들의 노래보다 상위에 랭크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전파를 탔던 하하의 싱글 앨범 '
너는 내 운명'과 '
Isn't She Lovely' 등의 곡도 방송이 나가고 난 뒤에 무섭게 각종 음악 차트의 상위권에 랭크되었고, 하하같은 경우는 지상파 음악 방송에서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확실히 달라진 노래 홍보 효과는 현재 큰 인기를 얻고 있는 '
1박 2일'과 '
우리, 결혼했어요'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방송을 시작한 '
우리, 결혼했어요' 라는 일밤의 새로운 코너 같은 경우는 알렉스가 신애를 위해 불러주었던 '
아이처럼'이란 곡이 인터넷을 통해 엄청난 화제가 되면서 그 때 음악 차트의 상위권을 지키고 있던
거미,
넬 등의 가수들를 단 번에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하는 놀랄만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방송이 나가고 2주가 지난 지금에도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의 1인자로 자리잡은
1박 2일 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 의도적인 면이 보임에도 불구하고멤버들이 노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케이스입니다. 1박 2일은 의도적으로 방송 중간중간에 멤버들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계속 시청자들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지지난주 방송에서 이승기의 리메이크 곡 '다줄꺼야'가 방송을 타고 음악 차트 3위권에 랭크되더니, 지난주에는 또 다른 리메이크 곡 '추억 속의 그대'가 방송을 타자 마자 하루도 되지 않아서, 다시 여러 음악 차트의 3위권으로 올라있음이 보입니다. 조만간 컴백하는 MC몽 또한 분명히
1박 2일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타이틀 곡을 홍보할 것이고 분명히 금방 인기를 끌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런 현상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가수로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음악을 홍보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좋은 음악이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된다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지켜보던, 본업이 가수가 아닌 일반 출연자가 자신의 이미지만 믿고 노래로 수익을 내보고자 의도적으로 디지털 싱글 앨범을 발매해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홍보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몇 개월, 몇 년을 고생해서 내 놓은 실력파 가수들의 앨범이,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한 번 흘러 나온 상업성만 잔뜩 묻어 있는 노래들에게, 단 하루 만에 밀려나게 되지 않을까요? 또 바꿔서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힘이 있는 인기 가수들의 음악만 계속해서 홍보가 되고 인기를 끌게 된다면, "좋은 음악 만들어봤자 예능 프로에 한 번 흘러나오는 음악에 밀리는데 뭐... 잘 만들어서 뭐하지?" 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가수나 제작자들이 늘게 되지 않을까요?
현재 예능 프로그램의 노래 홍보 효과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