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 드리긴 했는데...
2005년 대학가요제에서 '잘 부탁 드립니다' 라는 곡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던 Ex,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무대매너와 상큼한 음악, 그리고 보컬 이상미의 빼어난 미모는 그 때 당시, 인터넷에 적지 않은 화제을 주었고 일부에서는 '제 2의 자우림을 보는 것 같았다', '제2의 김윤아다' 라는 찬사까지 쏟아지기도 했었습니다.대학가요제에서 오랜만에 스타가 나왔다. 무대매너, 노래실력에다 귀여운 마스크까지 이상미는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
방송국과 기획사 관계자들은 Ex라는 그룹보다는 리드보컬 '이상미'에게 러브콜을 보내왔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Ex라는 그룹의 음악성보다는 '이상미'의 외모에 쏠려 있었고 급기야 언론의 압박을 받은 '이상미'는 '레인보우 로망스'라는 시트콤에 고정 출연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대학가요제 이후 불과 2~3달 사이에 인터넷을 통해서 그녀의 외모와 미니홈피가 대중에게 엄청나게 노출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대중은 이미 조금씩 이상미에 대해 식상해가기 시작합니다.
Ex가 앨범준비를 위해 활동을 중단하고 인터넷에서의 '이상미 신드롬'이 끝나자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안티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모든 비난은 역시 '이상미'에게 돌아갔습니다. 악플러들은 인터넷에서 Ex 죽이기를 시작했고 그들은 크게 상처를 받아야 했습니다. 2007년 초에 '연락주세요'라는 새로운 싱글 앨범을 들고 다시 대중 앞에 섰지만 눈에 띌만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었습니다. 저 또한 한편으로 Ex가 이대로 점점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진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Ex가 1집 정규 앨범을 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한 곡 한 곡씩 들어보았고, 또 다시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곤 또 듣게 되더군요. 그리고는 문득 "리뷰를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라 듣는 재미가 있다!
Ex 1집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어봐도 뚜렷하게 '이 앨범은 이런 장르의 앨범입니다' 라고 말을 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Ex가 대학가요제에서 보여준 모습처럼 각각의 곡이 대중성이 있으면서도 뚜렷한 개성이 있고 특징이 있는데요. 1번 트랙은 상큼 발랄한 본래 Ex의 느낌을 잘 살린 '봉쥬르 쥬템므' 라는 곡입니다. 첫 곡인 만큼 듣는 이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가려고 한 노력이 군데군데 보이는 곡이죠.
2번 트랙은 TV Star라는 곡인데 그동안 사람들과 언론에게 받아왔던 관심에 대한 부담감을 은연 중에 가사 속에 깔아놓은 곡입니다. 하지만 멜로디 자체는 굉장히 흡입력이 있는 곡입니다. 도입부에서 약간 끈적끈적한(?) 보컬을 보여주는데 후렴에서 터져줘야 하는 부분은 보컬을 시원하게 터트려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곡을 먼저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그들의 대학가요제 대상곡, '잘 부탁 드립니다'는 상큼 발랄하면서도 대화하는 듯한 보컬이 돋보였던 곡이였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잘 부탁 드립니다'의 2탄 격인 '좋아하면 됐잖아'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가 면접에 떨어진 젊은이들의 심정을 다루어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좋아하면 됐잖아' 에서는 그들에 대한 대중의 지나친 악플과 비판에 대하여 일침을 가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하지만 곡에서 '우리들은 그저 음악을 사랑하고 그것을 즐기는 것뿐이니 우리에게 너무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 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에 건방져 보이고 거부감이 들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 본인들도 그 것을 염두에 두었는지 그 다음 곡은 '딸기'라는 아주 달콤하고 귀여운 느낌의 곡으로 분위기를 단 번에 바꿔버립니다. '딸기'는 여성분들이 좋아하실 듯 싶은데, 통통 튀는 곡이니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앨범의 거의 끝에 다다르면 '판타스틱 소녀백서 No.1'이란 곡과 1집 앨범의 타이틀곡인 '마리오네트'가 있습니다. 앨범의 초반 분위기와는 다르게 좀 더 시도적이고 고급스러운 점이 눈에 띕니다. 위의 두 곡을 들으면서 Ex의 2집은 어떤 곡들을 위주로 해서 나오게 될지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네요. 아마 좀 더 무겁고 진지한 느낌의 곡들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앨범 끝에 이 두 곡만 분위기가 다르다는 건 그걸 암시하는 것처럼 보여집니다. (물론 저의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보컬 이상미, 그리고 Ex
이상미 특유의 기교가 절제되고 시원시원한 창법은 듣는 이들로 하여금 깔끔하고 깨끗한 느낌을 줍니다. 이번 정규앨범에서도 그녀의 그런 창법은 잘 묻어나고 있는데 때로는 귀엽고 애교 있게, 때로는 힘있고 깨끗하게 곡들을 소화함으로써 이번 앨범을 더욱 맛깔 나게 했습니다. 앨범을 들으며 아주 강한 인상은 받지 못했지만 곡을 표현해내는 감각에서 조금은 포스트 김윤아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상미가 최근에 예능 프로그램의 MC를 맡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MC로 Ex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만 (타블로도 예전에 한창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Epik High의 인지도를 높인 적이 있고 3집이 성공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Ex의 이미지를 가볍게 만들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자제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자우림이 한국 대중음악에 하나의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 것은 자우림이 음악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Ex가 자우림의 뒤를 정말로 잇게 될지, 아니면 한 때 인기 있었던 밴드 정도로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갈지는 모르겠지만 Ex가 자우림이 가지고 있던 장점들을 잘 보고 배워 거기에 Ex만의 독특한 음악성을 곁들인다면 아주 맛깔스런 음악을 하는 밴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다음 2집에서는 더욱 더 성숙된 모습으로 찾아오길 바라며 리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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