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보다 날 더 좋아해줘"
세상엔 사람 참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들이 많다. 그 중에서 단연 으뜸은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 이것 만큼 곤란한 질문이 또 있을까. 그런데, 거기 한 술 더 뜬 질문이 있다면 애인님께서 "너네 엄마가 좋아? 내가 좋아?" 특히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에게 하는 거라면 더더욱. 거 참, 사람 무진장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검정치마.<좋아해줘>를 듣고 있노라면 그 질문이 곤란할 이유가 전혀 없어보인다. 너는 당연히 니 엄마 아빠보다 나를 더 좋아해야한다. 부모님과의 맹목적인 사랑 처럼 말이다. 그 사랑처럼 아무런 조건없이 니 엄마 아니 아빠보다 더 날 좋아해줘라고 당당히 말하는 이들의 멜로디를 듣고 있으니, 장기하가 외쳐대던 그 촌스럽고 눈물겨운 고백 "나를 받아주시오"가 떠올라 웃음이 난다.
장기하의 '나를 받아주오'가 찌질남의 애처로운 구애가였다면, 검정치마의 '좋아해줘'는 뻔뻔남의 당당한 고백? 이 정도의 표현이 어울릴까. 서울,뉴욕 장소불문하고 언제 어디서라도 날 좋아해줘라고 말하는 뻔뻔하지만 애교섞인 이 당당한 요구는 어쩌면 애정결핍에서 오는 칭얼거림으로도 보인다. 내가 싫어져도 그건 다 니 탓이라니....분명 사랑이 고픈 자의 칭얼대는 소리다.
왠지 복고풍의 긴 치마를 떠올리게 하는 '검정치마'란 밴드 이름에 비해 그들의 음악은, 듣고 있으면 저~유럽의 어느 밴드 같기도 하고, 거기다 독특한 보컬의 음색의 조화는 상당히 오묘하고 매력적이다. 이 정도라면 좋아해달라고 칭얼대지 않아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돈주고 앨범을 사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사실 그 탓을 소비자들에게만 돌릴 것은 아니다. 이 노래 가사 속에 조건없이 좋아해달라고 하는데, 앨범을 살 땐 그럴 수가 없다. 우린 돈을 지불하기에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찾는다. 그런데 그만한 가치가 있는 즉, 돈 주고 사고 싶은 앨범을 찾는 게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클릭하고 싶은 것과 돈을 지불하고 소장하고 싶은 음악은 다 따로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검정치마>의 앨범은 후자다.
뿅뿅뿅~이 음악의 경쾌한 시작과 함께 우리의 봄날 사랑도 그렇게 시작되길.
좋아해줘 - 검정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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