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5일 써니의 음악공간♪
'서른여섯 번째 공간'
※ 토이 6집에 있는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맑음' 과 '크리스마스 카드'라는 곡을 재구성한 픽션입니다.
※
이야기를 먼저 읽으신 후에 음악을 감상하세요. 이야기와 음악은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글이 꽤 길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읽어주세요.
나영 #1
침대 옆 창문에 어둡게 쳐 놓은 커튼 사이로
간간히 빛이 새어 들어온다.
"또 아침인가, 아......"
머리가 아파온다.
으음...
......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눈부신 햇빛도,
바쁘게 움직이는 저 사람들도...
모두 다 똑같기만 하다.
단지... 내 일상에서...
너란 사람 하나가 없어 졌다는 것,
그 것 하나 뿐인데...
나는 왜 이렇게 세상이 달라 보이는 걸까...?
"싫다......"
넌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나영 #2"여보세요?"
"나영아~ 뭐하니~"
"응? 아... 그냥... 집에 있지..."
"야, 너 내일 크리스마스 이브 인거 알지? 우리 솔로들끼리
뭉쳐서 '커플지옥 솔로천국' 해야지! 내일 꼭 나와야 한다! 알았지?"
"그래... 알았어... 근데... 오늘이 벌써 23일이였나..."
"이거 봐... 내가 전화 안 했으면 분명히 까먹었을 거라구... 에휴..."
"그래, 정말 고맙네요~ 그럼 내일 거기서 보자... 시간 맞춰서 갈께..."
준수 #1"와... 눈이 내리네?"
눈을 떠보니 밖에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니
크리스마스 이브 분위기가 더 실감이 난다.
"음..."
남자들끼리 크리스마스 이브에 모이기는 그렇고,
또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에는 밖에 펑펑 내리는 눈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혼자긴 하지만 그래도
밖에 나가서 조금이라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좀 즐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뭐... 나쁘지 않겠지... 좋아, 나가보자!"
준수 #2"정말 춥다... 괜히 나왔나..."
여러 커플들 사이에서 혼자만 걸어가려니
역시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건 아니다.
"...커플들......"
그러고 보니.. 작년...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때에는 그녀와 함께 했었다.
그녀의 환한 미소가 선명했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따뜻했던 그 날...
"벌써... 1년이나 지났구나..."
지금 너는 뭘 하고 있을까? 날 기억하기는 할까..?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 모두 지나간 일인데...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나는 그 곳을 걷고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때 그녀와 함께 걸었던
예쁜 불빛 가득한 바로 그 곳을...
나영 #3
모두 내 잘못이었다.
이렇게 한 사람을 죽을 만큼 사랑하고
매달렸던 내가 잘못이었다...
내가 바보였고 또 그랬기 때문에
바보라서 너를 잊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내 생각을 할까?"
아니지... 이런 생각들도 모두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작년처럼 설레는 감정은 하나도 느껴지질 않는다.
그저 친구들과 만나 아무렇지 않은 척
잠시 수다를 떨다 헤어지면 그만이다.
무슨 크리스마스의 추억이니 하는 것들에
얽매이지 않을 거다...
아니,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다 쓸 데 없는 것들이다...
"후..."
마음이 심난하다...
이럴 때는 라디오나 듣는 것이 딱이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잠시나마 너와의
기억들을 모두 잊을 수 있다면...
단지... 지금은 그걸로 족하다...
준수 #3거리를 걷다가 예전에 그녀와
함께 자주 들렀던 팬시점에 들렀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고르는 사람들
틈에 껴서 괜찮은 카드를 하나
고른 뒤에 보내지도 못할 편지를
적어본다.
"잘 지내지? 나는..."
비록 이 카드를 전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렇게라도 내 편지가, 아니 내 크리스마스
소원이 그녀에게 닿아서 행복했으면...
그녀가 좋은 사람을 만나 정말 행복했으면 한다...
내 마음들을 편지로 적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왠지 그녀가 더욱 보고 싶어 지는 것은 왜일까...
준수 #4역시 여기는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갖가지 장식들과 예쁜 불빛들
그리고 행복해 보이는 연인들이 있기에
보고 있는 사람도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작년에는 우리도 여기 있는 많은 커플들 중에
하나였는데... 내 외투에 손을 넣고서
하얀 입김을 불던... 아이 같던 그녀의 모습...
아니, 나영이 너의 모습...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본다.
"아......"
널 닮은 뒷모습이 보인다. 착각인 걸까...
혼자인 것 같다. 하지만 왠지 슬퍼 보인다...
저 사람도 혹시 나처럼 지나간 추억을
되 밟아보는 것은 아닐까...
"이제 그만 돌아가야지... 후, 춥다..."
다시 조금씩 발걸음을 옮겨본다.
아직도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지금 내 마음 속에 내리고 있는
너의 수 많은 기억들 처럼...
나영 #4
크리스마스 이브...
하늘에서는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어둑어둑해진 지금까지도
계속 내리고 있다.
"이 거리에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
거리를 걷는 행복한 연인들,
손에 들린 많은 선물들을 보면서
왠지 이 곳에 니가 있을 것만 같다.
날 보면서 환하게 웃어주던 너...
혹시 정말 이 곳에 오진 않았을까...
아침부터 이 곳에 와서
나를 기다리지는 않았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지만 역시
혼자만의 착각일 뿐이다...
혼자만의 착각.....
정신이 멍해진다...
왜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걸까...
다른 사람들이 내 우는 모습을 볼까봐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람들의 모습이 눈물에 가려
뿌옇게 스쳐 지나간다..
"아......"
방금 지나간 남자...
왠지 너를 닮은 것 같다...
아니지... 만약에 정말 너였다면
이 곳에서 나를 봤다면 아는 체라도
해줬을 텐데...
힘이 빠진다...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다...
"준수야..."
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말 보고싶어...
너의... 너의 웃는 얼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