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172번째 음악페이퍼'
현재는 모두 과거다. 지금 내 손가락이 자판을 스치는 것과 동시에 모니터 왼쪽 끝머리에 남겨지는 이 한 글자 한 글자들이...내가 걷고 있는 이 길 내 뒤로 스쳐 지나치는 모든 것들이 말이다. 몇 초나 걸리는 지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찰나의 순간...모든 것은 이렇게 과거가 되고만다. 시간은 강물처럼 바람처럼 무조건 어디론가 흐르기만하고 결코 멈춰있는 법이 없으니 '지금'이란 말은 곧 '과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must say good bye
살다보면 결코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순간들을 접하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런 일이 누구에게 언제 어느 시점에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 어떤 것으로도 치유될 수 없을 것 같은 시간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죄책감과 슬픔으로 잠 못들게 만든 그 일을 겪고나니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파랗고 넓은 하늘은 그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게는 곧 '그리움'이 되었고 좋아하던 '산'은 이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린 '괴로움'이 되어 두번다시 오르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눈을 감으면 눈 앞에 아른 거리는 지난 기억들때문에 눈을 감는 것 그 자체로도 슬픔을 느끼던 그 때.
비우고 비워내도 눈물이 강물처럼 차 올라 끝내는 서러운 울음을 만들던 그 때. 슬픔이 마르기도 전에 서둘러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하는 이 삶이 참 싫게만 느껴졌었습니다. 결코 그런 슬픔따위는 모르는 듯 와 닿지 않는 위로를 건네는 이들앞에서 나 또한 웃어보일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이말이에요.
늘 어른스러운 내 친구가 말했습니다. "한 곳에 머물러있는 감정은 없어. 지금 니가 느끼는 것들은 조금씩 조금씩 다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넌 곧 괜찮아질거야 그리고 또 다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게될테니 걱정하지마 " 라고. 그렇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내게 했던 말들은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이전처럼 잘 지내고 있으니말이에요.
가까운 누군가를 잃어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되돌리고 싶지만 되돌릴 수 없고, 믿기싫지만 믿을 수 밖에 없는 그 단호한 시간 속에서 나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스스로 깨달아야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내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텐데.....이럴 줄 알았으면 널 따뜻하게 한 번 꼬옥 안아주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네 얘기를 한번쯤 들어줄 걸...." 이런 생각에 잠 못들던 밤도 이제 과거가 되었습니다.
나는 '죽음'도 삶의 일부이며, 그것 또한 또 다른 세상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만약에 만약에 다음 세상이 정말로 있다면 그 곳에서도 우리 꼭 좋은 누나 동생으로 다시 만나길 맘 속으로 기도해봅니다. 가슴은 아프지만 이것 또한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기억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 하늘 어느 곳에 있을 너를 그리워할 것이고 산을 바라보며 아픔을 기억해줄 것입니다.
눈물도 멈추고 슬픔도 멈추었다 생각했는데 지금 또 다시 울음이 나오려하는 걸 보니 감정이란 것이 현재에 머물러있지 않다고 해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 또한 아니구나를 느낍니다. '후회없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내게 남기고 간 숙제인 것만 같습니다. 당장 내 삶을 살아내기에 급급했던 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 '말'로는 감정을 숨기기가 쉬운데, '글'은 감정을 숨기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두 곡은 예전에 인상깊게 보았던 '시월애' OS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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